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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의 주요 선거구호
선거 구호에는 해당 후보의 국정운영에 대한 가치관과 당시의 시대정신이 나타난다. 100 여 년 넘게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에든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미국의 시대정신은 전 세계의 시대정신이라고 하여도 그렇게 터무니 없는 말은 아닐 것이다. 설령, 미국의 시대정신이 곧 전 세계의 시대정신이라는 말이 과할지라도 전 세계의 흐름 정도는 반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에 대한 첫 번째 증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다. “Make America Great Again”[1]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말로 두 번이나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 산업을 이끌던 대규모 공장들은 저임금 국가로 떠나가고, 국경에는 불법 이민자들로 넘쳐나며, 일하는 사람보다 일하지 않는 사람을 위한 복지제도로 인한 계층 내의 갈등은 심화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 상품에 관세를 강화하고 공장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이민자는 내쫓고 벽을 세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설득은 무식하고 단순할지라도 설득력은 강력했다.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나와 부통령으로 당선된 J. D. 밴스는 이러한 시대환경의 화신과도 같은 존재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수성가를 이룬 그의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다. 미국 주류 계층에 속하지는 못 하지만 백인이라는 이유로 사회 기득권 같은 취급을 받으며 소외된 백인 저소득 노동계층, 특히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가 어떻게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됐는지에 대한 단서를 보여준다. MAGA라고도 불리는 이 선거 구호는 단순히 트럼프의 선동에 그치는 문구가 아니다. 트럼프는 단지 시대가 원하는 구호를 가져왔을 뿐이다. 이러한 문제가 결코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이민자 유입 문제로 사회가 갈등을 겪고 있으며 여러 나라의 의회에는 대안보수, 네오나치를 추종하는 군소정당들이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미국의 선거 구호하면 지금까지도 여러 기사나 칼럼 제목으로 차용될 만큼 유명한 것은 빌 클린턴의 “It’s Economy, Stupid”[2]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고 볼 수 있다. 1990년대 미국은 걸프전으로 연방의 재정적자가 극심했고 인플레이션 상황을 억제하고자 당시 대통령인 조지 H.W. 부시는 긴축재정을 시도 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국민의 불만만 높아진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젊고, 신사적인 이미지인 빌 클린턴과 러닝메이트 앨 고어 후보는 경제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처럼 보였다. 경제문제를 선점한 결과 클린턴은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 데에 성공했다. 이 문구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대통령 선거운동에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대선에서 경제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김대중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이명박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의 이재명 후보 모두 이러한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하기 어렵다.[3] 물론, IMF 위기와 같은 당시 상황도 맞아 떨어진 부분도 사실이지만, 빌 클린턴의 당선 이전에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 정도에 그쳤지, 먹고사는 문제, 경제문제를 선거 전면에 내세운 적은 없었다. 이는 한편으로 시대정신이 산업화, 민주화에서 다시 먹고사는 문제로 옮겨간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할 것이다.
아버지의 재선 실패를 목도하고 대선에 나선 아들 조지 W.부시의 선거 구호는 “Compassionate Conservatism”[4] 따뜻한 보수, 자비로운 보수를 내세웠다.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흐름과 함께 감축과 효율성을 지향하던 보수주의는 일반인들에게 매정하고 인간미가 없는 이념처럼 보였다. 또한 전임 대통령인 빌 클린턴과 마찬가지로 신사적인 이미지를 가진 부통령 앨 고어가 부시의 상대 후보로 나왔기에 부시로서는 그러한 이미지에 대응할 수 있는 선거 구호가 필요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구호가 2017년 한국에서 다시 등장했는데 대통령의 탄핵으로 괴멸 수준에 이르렀던 보수 진영에서 대안 보수를 자처한 유승민 후보가 “따뜻한 보수”를 선거 전면에 내세웠다.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레이건 대통령의 선거 구호는 “Are you better off than you were four years ago?”[5] 당신의 삶은 지난 4년보다 더 나아졌습니까라는 선거 구호는 강력한 정권교체의 뜻을 담은 구호였고 상대였던 지미 카터 대통령은 결국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국면에 대응해 각종 복지정책이 과하게 넘쳐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의 부작용이 속속들이 드러날 시기에 레이건 대통령이 이에 대한 처방을 자처하고 당선되었다. 잘생긴 외모와 배우 출신이었던 그의 이력 덕에 이러한 구호를 내세운 레이건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할 슈퍼맨과 같은 인상을 주었다. 이는 약 20년 뒤, 우리나라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유행어인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6]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도 해 볼수도 있겠다.
“Yes, we did”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8년의 임기를 마치는 퇴임 연설에서 한 말이다. 이러한 발언을 하게 된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선 8년 전 대선 캠페인 당시로 돌아간다.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했지만, 미국의 대내외적인 큰 혼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9.11 테러로 시작된 중동에서의 각종 전쟁과 대내적으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로 인기는 바닥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목표로 선거에 나서면서 ‘Yes, we can“[7]이라는 선거 구호를 꺼냈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이 안에 숨겨진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다. 미국을 둘러싼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의미와 무엇보다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크게 담고 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일부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는 미국의 인종 갈등이 극에 달했던 것은 1960년대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재임 시기다. 존 F. 케네디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당선된 그는 케네디 암살 사건으로 인해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대외적으로는 쿠바 미사일 위기 등과 같은 극한의 냉전 상태였으며 소련과의 우주개발 경쟁과 베트남에서의 전쟁으로 혼란이 팽배했으며 내부에서는 히피 문화의 등장과 흑인 민권운동이 촉발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여겨졌던 케네디 대통령까지 암살당했으니 미국 사회는 무규범 상태에 가까웠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통령의 자리를 이어받고 선거에 나온 존슨 대통령의 선거구호는 “The stakes are too high for you to stay at home”[8] 투표를 포기하기엔 걸려있는 책임이 너무나 막중하다는 의미다. 자신의 당선 당위성과 국정 방향을 나타내는 선거 구호와 달리, 현 시국의 심각성을 드러낸 선거 구호다. 이러한 혼란을 바로잡을 사람은 지금의 대통령인 바로 자신뿐이라는 생각을 유권자들의 마음에 심기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 https://www.businessinsider.com/every-winning-slogan-from-us-presidential-campaigns-1948-2016-2019-5#1960-john-f-kennedy-a-time-for-greatness-4
- ↑ https://www.businessinsider.com/every-winning-slogan-from-us-presidential-campaigns-1948-2016-2019-5#1960-john-f-kennedy-a-time-for-greatness-4
- ↑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5490726639083424&mediaCodeNo=257
- ↑ https://www.businessinsider.com/every-winning-slogan-from-us-presidential-campaigns-1948-2016-2019-5#1960-john-f-kennedy-a-time-for-greatness-4
- ↑ https://www.businessinsider.com/every-winning-slogan-from-us-presidential-campaigns-1948-2016-2019-5#1960-john-f-kennedy-a-time-for-greatness-4
- ↑ https://www.asiae.co.kr/article/2021061812071813632
- ↑ https://www.businessinsider.com/every-winning-slogan-from-us-presidential-campaigns-1948-2016-2019-5#1960-john-f-kennedy-a-time-for-greatness-4
- ↑ https://www.businessinsider.com/every-winning-slogan-from-us-presidential-campaigns-1948-2016-2019-5#1960-john-f-kennedy-a-time-for-greatnes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