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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정년 연장
법정 정년의 개념과 현황
법정 정년의 정의
법정 정년이란 이처럼 국가의 법률에 의해 정해진 최대 근로 가능 연령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1]에 따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한국의 법정 정년은 60세다.
정년제도는 근로자가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게 되면 근로자의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시키는 제도이다. 정년제도는 정년퇴직제와 정년해고제로 개념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정년퇴직제는 근로자가 기업이 정한 정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제도로서 민법의 고용관계종료 법리를 적용받으며, 정년해고제는 근로자가 기업이 정한 정년에 도달한 것을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함으로써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제도로서 근기법의 해고법리를 적용받는다.[2]
법정정년제도와 정년제도의 차이점은 법정 정년은 법적으로 강제되는 기준인 반면, 정년 제도는 각 기업이나 기관의 정책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정년 제도가 법정 정년 제도를 따르는 것은 아니며, 법정 정년은 모든 고용주가 반드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보면된다.
한국의 법정 정년 현황
한국의 ‘법정정년제도’는 ‘정규직 일자리’에 진입해 있는 어떤 노동자의 노동시장 내 최대 잔류기간을 그의 진입시점과 무관하게 생물학적 연령을 기준으로 정해 두는 제도이다. 2013년에 제정된 법에 기초해 현재 한국의 노동시장에는 ‘법정정년 60세’ 규범이 작동하고 있다. 이로써 한국의 근로자들은 정규취업후 60세까지 본인이 이직이나 퇴사를 할 의사가 없는 한 원칙적으로 그 직장에 계속 고용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한 자가 해당 일자리를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를 갖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용자에게 해당 일자리로부터 그를 ‘퇴장시킬 수 있는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즉, 일정한 나이가 된 사람에게 퇴직을 강제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세대이전(generational transfer)을 원활히 한다는 취지도 함께 지니는 것이다.[3]
법정정년준수의무에 관하여 연령법 제19조제1항에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과 함께 제19조제2항에 “사업주가 제1항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본다.”는 효력규정을 두고 있다.
즉, 정년 연령의 결정은 당사자가 직종, 근로형태 등을 고려하여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지만 사회통념상 받아들여 질 수 없는 현저히 낮은 정년은 민법 제103조가 정한 반사회적 법률행위가 되어 무효가 될 수 있다.
또한, 제19조의2에서는 제19조제1항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는 사업주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대표하는 자)은 사업 또는 사업장 여건을 고려하여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 조치를 하도록 하였으며, 이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해당 사업주나 근로자에게 고용지원금이나 임금체계 개편을 등을 위한 컨설팅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4]
국제적인 법정 정년 비교
정년제도의 성립 배경과 역사는 국가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정년제도는 각 국가의 노동시장, 고용제도, 임금제도 등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되어 오고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하에서는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얘기하며, 주요국의 정년제도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내용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한국과 비교해보겠다.
1) 일본
[5] 법정정년 연장이 사회적 화두로 부상하면서, 계속고용 모델에 대한 국내외 사례연구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고용구조, 산업구조가 유사한 일본형 계속고용 모델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경영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1994년 60세 정년 의무화를 입법하고, 1998년 시행했다. 한국보다 고령화사회 진입이 빨랐던 일본이지만 법정 정년은 60세로 한국과 같다. 대신, 일본은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고용 연장’ 개념으로 접근했다.
즉, 현재 일본의 법정 정년 연령은 60세지만, 정년 이후에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고령자에 대해선 65세까지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한 ‘고용확보 조치’를 지난 2013년 시행했다. 사실상 정년이 65세로 늘어났고, 현재 99%에 달하는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특수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고려했다. 65세까지 고용 확대 방안으로 ‘정년 폐지, 65세까지 정년 연장, 65세까지 계속 고용’ 등 선택지가 있는데, 대부분 계속 고용을 택했다. 일본 기업들은 사실상 65세 정년을 받아들이면서, 정년 이후 계속 고용하는 인력에 대한 평가와 인센티브도 강화하고 있다. 업무량도 일부 조정되지만 현역(60세 이전) 대비 약 50~60% 임금을 받는 계속 고용 직원의 사기와 생산성 저하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2020년 같은 법 개정으로 노동자 70살까지 사용자가 취업확보 조치를 노력하도록 함으로써 70살까지 정년연장 혹은 계속고용 제도 도입, 창업 지원 등 조치를 강구하도록 ‘노력 의무’를 명시했다.[6]
사례: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등 보험 서비스업계는 촉탁 재고용의 상한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연장했고, 도후쿠전력은 2025년부터 재고용 기간을 만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기로 했다. 아사히맥주, 스미토모 등은 일본의 상당수 기업들은 법정정년이 60세로 규정돼 있음에도, 정년을 65세로 연장하고 70세까지 재고용하고 있다. 스미토모덴세쓰는 지난해말 70세까지였던 재고용 연령 제한을 없앴다. 일본 자동차 기업 스즈키는 최근 시니어 인력을 재고용하면서 급여 수준을 현역 수준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새 인사 제도를 발표한 상태다. 니혼세이코, GS유아사 등도 시니어 사원의 기본급을 인상하는 방법으로 임금 현실화에 나섰다. 이에 앞서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지난 2020년 65세 정년제를 전격 시행했다.[7]
2) 미국
미국에서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Act: ADEA)」에서 사용자가 특정인을 해고하는 행위, 연령을 이유로 특정인을 채용하지 않는 행위, 그 외에 고용과 관련하여 조건, 보수, 혜택에 대해 특정인을 불리하게 차별하는 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67년 법 제정 당시에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은 40-65세를 대상으로 하였지만, 1978년 개정에 따라 상한 연령이 65세에서 70세로 변경되었다. 이후 1986년 개정에서는 연령 상한선이 폐지되었다.
즉, 현재 미국은 법정 정년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과거 정년제가 있을 때도 이미 70세까지 일할 수 있었다. 1986년 정년제 폐지 이후 지금까지 미국은 나이를 이유로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위법이다. 다만, 정년이 없는 대신 상시 해고가 자유롭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 기업은 일반적으로 사회보장제도의 수급 나이와 연계해 정년을 설정한다. 사회보장제도에 따르면 62세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면 그만큼 월 연금액이 올라, 70세에는 연금액이 최대가 된다. 또한, 미국에선 자발적 조기퇴직프로그램(Voluntary Early Retirement Program)도 운영한다. 사용자가 일정 연령 이상 근로자에게 혜택을 제공해 자발적 퇴직을 유도하는 제도다. 고령 근로자의 점진적 은퇴를 지원하는 동시에 기업 인력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한다[8].
3) 중국
중국은 14차 5개년 계획,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보고서 등에서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점진적인 정년 연장을 꼽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갑작스럽게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낸 이유는 최근 저출생과 노령화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는 데다 연금 재정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35년쯤 4억명을 돌파해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출생아 수를 200만명 초과했을 정도로 인구 감소세도 가파르다. 그로인해 중국은 내년부터 남성 근로자의 정년을 63세로, 여성은 55~58세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급작스러운 정년 연장 발표에 청년층 반발이 극심한 분위기다. 가뜩이나 청년 취업난이 극심한데 세대교체가 늦어지면 일자리가 더욱 줄어들 거라는 우려에서다.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내가 태어났을 때 그들은 인구가 너무 많다고 하고, 출산하려 할 때는 너무 적다고 한다. 일하고 싶으면 너무 늙었다고 하고, 은퇴하고 싶으면 너무 어리다고 한다”며 한탄하는 시가 밈으로 유행할 정도다.
4) 이외의 국가들
유럽국가는 의무적인 개념의 정년은 없고 최소 정년이 62세 이상이다. 정년퇴직을 정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곳도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연금 수령을 시작하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사실상 정년으로 여기고 있다.
‘복지 국가’로 불리는 스웨덴은 정년이 68세다. 제조업 중심 독일은 현재 66세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스페인은 2027년까지 67세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역시 현재 62세인 정년을 2030년 64세로 확대하기로 하는 등 유럽 국가에서도 정년 연장 움직임이 활발하다.
다만 유럽 내에서도 정년 연장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연금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해 수급 연령을 늦추자는 정부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국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정년 연장을 노동자가 반대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실제로 스위스 연방정부는 올 3월 연금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진행했는데, 74.5%가 반대표를 던졌다. 연금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프랑스 역시 정부가 62세 정년을 64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전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헌법위원회 합헌으로 정년 연장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반대 목소리가 높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