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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선거 제도 중 하나로 정당이 획득한 의석 수를 정당 득표율과 최대한 연동하여 배분하는 방식이다. 이는 유권자의 정당에 대한 지지율이 의회 의석 수에 더 정확히 반영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결합하여 전체 의석을 할당하기 때문에 기존의 소선거구제나 일반적인 비례대표제와는 차별화된다. 이 제도는 특정 정당의 과도한 의석 점유를 방지하고, 소수 정당의 정치적 대표성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방식
기존에 대한민국이 사용했던 병립형 비례대표제(Mixed Member Majoritarian; MMM)는 지역구와 비례대표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 아무 상관 없이 배분하는데, 한국은 국회에서 지역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정당의 지지율보다는 어느 지역구에서 승리하느냐가 판세에 영향이 큰 땅따먹기 대결에 가까운 총선을 실시했고, 그래서 민의가 왜곡된다는 비판이 존재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간단히 말하자면 국민의 정당지지율에 비례하여 각 정당의 국회 의석을 할당(=비례대표제)하되, 그 할당의석을 비례대표후보자보다 (소선거구제 등으로 당선된) 정당의 지역구당선자에게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비례대표제에 있어 각 정당에 비례대표의석을 배분할 때 이미 지역구의석이 많은 정당에 다소 페널티를 주어, 지역구의석이 더 적은 정당에 상대적으로 비례대표의석이 더 많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예시이다.
* 어떤 X국가에서 국회를 지역구의석 70석, 비례대표의석 30석, 총 100석으로 구성한다고 가정하자.* 유권자는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와 동일하게)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면 된다. 즉, 1인 2표제이다.
* 개표결과 A정당이 정당투표에서 40%의 득표율을 얻었다면 A정당의 총 의석수는 전체 100석(=70+30)의 40%에 해당하는 40명이 되어야 한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전면적 비례대표제와 동일하다.
* 일반적인 비례대표제와 다른 것은 이 40명 전원을 A정당의 비례대표후보자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우선 A정당의 지역구당선자로 채우고, 그 다음 남은 의석을 A정당의 비례대표후보자로 채우는 것이다. A정당이 지역구에서 30석을 확보했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10석만 비례대표후보자로 채우는 식이다.
* 결과적으로 A정당은 30명의 지역구의원과 10명의 비례대표의원을 합하여 총 40명의 국회의원을 보유하게 된다.
이렇듯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 내 각 정당의 의석비율이 국민의 정당지지율에 비례하도록 하는 비례대표제의 기능을 온전히 승계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소선거구제의 병행 실시를 가능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민의의 비례성 확보와 동시에 소선거구제 특유의 지역친화성 및 인물 중심 정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좋은 해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특징
초과 의석과 보정 의석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는 초과의석(Overhang seat)이라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초과의석이란 어떤 정당의 지역구당선자수가 정당투표에 따라 그 정당에 할당된 의석수를 초과하는 경우를 말한다. 위의 X국가 사례를 이어나가 보자.
위 사례와 동일하게 A정당이 정당투표에서 40%를 득표하여 전체 100석 중 40석을 할당받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위 사례와 달리 이번에는 A정당이 지역구에서 30석이 아니라 50석을 당선시켰다고 가정하자. A정당이 할당받은 총 의석은 40석뿐인데 A정당은 이미 지역구의석 50석을 당선시켜버린 것이다. 이때 할당의석수를 초과하는 지역구당선자수(10석)를 초과의석이라고 한다.
지역구에서 초과의석이 발생한 때에 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국가마다 방법이 갈린다.
- 방법 1 : 조치 없이 초과의석 그대로 인정
초과의석이 발생한 정당의 지역구의석수를 그대로 그 정당의 총 의석수로 인정한다. 즉, 그 정당의 총 의석수는 정당투표에 따른 할당의석수가 아닌 지역구당선자수가 된다. 이 상태에서 나머지 정당들에 대해서도 의석배분을 하여 이러면 국회의 정원은 10석이 늘어나 지역구 70석, 비례대표 40석으로 총 110석이 된다. 뉴질랜드에서 채택하는 방식으로 굳이 선택한다면 대한민국은 여기에 가깝다.
- 방법 2 : 보정의석의 도입
위 방법 1과 마찬가지로 초과의석이 발생한 정당의 지역구의석수를 그 정당의 의석수로 인정하되, 모든 정당들이 그 득표율만큼의 의석을 갖도록 의회의 전체의석수를 늘린다. 즉 50석이 정원의 40%가 되도록 다른 당들에 비례대표를 득표율만큼 추가한다. 이 경우 '50÷40×100=125'이므로 국회의 정원은 지역구 70명, 비례대표 55명, 총 125명으로 증가한다. 2023년 이전까지 독일에서 채택하던 방식이다.
- 방법 3 : 나머지 정당에 돌아갈 몫을 희생
전체 의석수 100석에서 초과의석이 발생한 정당인 A당은 비례대표의석 없이 지역구의석 50석을 가져가고,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나머지 정당들에 대해 나머지 의석 50석(지역구 20석 + 비례대표 30석)을 전체 의석으로 놓고 A당을 제외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재배분한다. 이 경우 국회의 정원이 증가하지 않지만 앞 두 방법에 비해서 비례성이 떨어지게 된다. 스코틀랜드에서 채택하는 방식이다.
- 방법 4 : 지역구 당선자를 탈락시킴
초과의석이 발생하면 그 초과의석에 해당하는 지역구당선자를 탈락시킨다. 탈락된 지역구당선자는 지역구에서 1위득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의회에 입성할 수 없게 되며, 이른바 '고아가 된 지역구 현상(verwaisten Wahlkreisen)'이 발생할 수 있다. 탈락시키는 순서는 지역구에서 아슬아슬하게 당선된 순위에 따른다. 2023년 이후 독일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특정 정당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 수가 정당 득표율로 배정된 의석 수를 초과할 경우 초과 의석이 발생한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 다른 정당들에게 추가 의석을 배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은 의회 구성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지만 의석 수가 증가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
혼합 선출 방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보통 유권자가 두 표를 행사하는 방식을 취한다. 첫 번째 표는 지역구 후보를 선택하는 데 사용되고, 두 번째 표는 정당을 선택하는 데 사용된다. 지역구 투표로 당선된 후보는 지역구 의석으로 배정되고, 정당 투표의 결과에 따라 추가로 비례대표 의석이 배정된다.
정당 득표율 기반 배분
정당의 최종 의석 수는 정당 득표율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정당이 전체 득표율의 30%를 얻었다면, 전체 의석의 30%를 차지해야 한다는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이미 할당된 의석 수를 초과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보정 과정이 필요하다.
연동률 조정 가능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완전 연동형(100%)과 준연동형으로 나뉜다. 완전 연동형은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을 최대한 일치시키지만, 준연동형은 일정 비율만 연동시키고 나머지는 지역구 의석 배분에 따라 조정된다. 현재 한국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연동률을 50%로 제한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의 사용 사례
독일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나라다. 독일 연방의회 선거에서는 전체 의석의 절반을 지역구 의원으로, 나머지 절반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배정한다. 독일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투표하며,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 수를 결정한다. 초과 의석(Überhangmandate)이 발생할 경우, 다른 정당들에게 보정 의석(Ausgleichsmandate)을 배분하여 의회의 비율 균형을 유지한다.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모델로 혼합형 비례대표제(MMP)를 도입했다. 뉴질랜드의 의회는 소수 정당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5% 이상 정당 득표 또는 1개 지역구 승리)을 설정했다. 이는 뉴질랜드 정치에서 다당제를 활성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외 국가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의 지방 의회, 일본의 중의원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변형된 형태가 적용된다.
장점
정치적 대표성 강화
최소 요건만 넘긴다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득표율 3% 이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함.] 정당 득표율에 기반하여 의석이 배분되기 때문에 국민의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의회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특정 지역이나 계층의 과도한 의회 지배를 방지하고, 전체적인 대표성을 증대시킨다.
소수 정당의 진입 기회 확대
기존의 소선거구제에서는 대형 정당이 주도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소수 정당에게도 의석을 배분함으로써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한다.
정당 간 협력 강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수당의 독점적 지배를 막고, 연립 정부 구성을 통해 정당 간 협력을 촉진한다. 이는 정치적 합의를 통해 더 안정적인 정책 추진을 가능하게 한다.
유권자 선택권 확대
이는 비례대표 제도의 특징이기도 하나,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와 정당에 각각 투표할 수 있어 개인과 정당을 분리해 판단할 기회를 더욱 폭 넓게 제공한는 장점이 있다.
단점
복잡한 계산 과정
의석 배분 방식이 복잡하여 일반 유권자들이 이해하기 어렵고, 선거 결과가 신속하게 발표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선거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초과 의석 문제
특정 정당이 지역구에서 과도하게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경우, 초과 의석 문제로 인해 의회 의석 수가 과도하게 증가할 수 있다. 이는 의회 운영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적 교착 상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촉진하므로, 단일 정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정당 간 협상이 길어지고, 정책 결정 과정이 지연되는 정치적 교착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소수 정당의 과도한 영향력
연립 정부가 필수적인 경우 소수 정당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정책 결정에 있어 균형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결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더 정확히 반영하려는 이상적인 제도이지만, 제도의 설계 및 운영 방식에 따라 다양한 문제를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도입하거나 운영할 때는 각국의 정치적 환경과 현실을 고려한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독일과 뉴질랜드의 사례는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로 꼽히지만, 초과 의석 문제나 정치적 교착 상태와 같은 단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궁극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며, 보다 공정한 의회 구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